본문 바로가기
정적

오랜시간을 흘러 현실의 사회를 되돌아 보다...(걸리버 여행기를 읽고서)

by segim 2009. 3. 12.

우리가 어렸을적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는 주인공의 흥미 진진한 모험 이야기 였습니다. 대부분은 소인국이야기 정도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죠.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이 (상상의) 여행기가 더욱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조나단 스위프트는 걸리버라는 인물을 내세워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제가 굳이 소설이라고 꼬집는 이유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상상속의 공간과 인물들을 글에서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소인국(릴리퍼트)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아시기 때문에 건너 뛰고, 두번째 거인국(브롬딩낵) 이야기 부터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소인국에서 무사히 돌아온 걸리버가 또 한번 바닷길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소인국은 풍랑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착하였지만, 거인국은 물을 찾기 위해 어느 섬에 도착하였고, 물을 구하기 위해 섬에 다다른 후 다른선원들과 떨어진 곳에서 거닐던 중 거인에게 쫓기는 선원들이 도망쳐버려, 자신만이 거인국에 남겨지게 됩니다. 

그후 거인인 어느 농장의 하인에게 발견되게 되고, 결국 그 하인의 주인의 딸(글룸달클리치)이 자신을 돌보아 주게 됩니다. 농장 주인이 자신을 구경거리 삼아 돈을 벌기 위해 떠돌다가 결국 왕궁까지 가게 되었고, 덕분에 걸리버는 왕궁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거대한 독수리 덕분에(?) 거인 왕국을 탈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번째 이야기는 여러 나라들이 섞여 있는 구조 입니다. 네덜란드와 일본 해적 때문에 다시 혼자가 된 걸리버는 역시 표류를 하다 어느 무인도에서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에 구조가 됩니다. 여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이디어를 얻어서 저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천공의 성 라퓨타'가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라퓨타에서 얼마간 지내던 걸리버는 이곳에서 싫증을 느끼고 국왕의 영토인 발니바르비의 수도인 래가도로 향합니다. 하지만 래가도는 이미 황폐해져 있었습니다. 라퓨타를 방문했던 래가도의 사람들이 라퓨타의 예술과 과학, 언어 그리고 기술의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지만,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되지 못한채 무의미한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 나라를 다시 떠난 걸리버는 '마술의 섬' 글럽덥드립을 방문합니다. 이곳의 총독은 죽은 사람을 불러낼 수가 있었고, 덕분에 걸리버는 예전에 죽은 많은 현자와 영웅들을 대면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여행을 계속해서 걸리버는 럭낵이라는 나라에 당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들 (스트럴드블럭)이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30세까지는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행동하며, 이후에는 점차 우울해지고 정기가 쇠퇴하며, 60세가 넘으면 더욱 침울해집니다. 그리고는 노망을 부리거나 조금씩 어리석어지며 죽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무서울 절망을 갖게 됩니다. 90세가 넘으면 이와 머리털이 죄다 빠지게 되어 음식의 맛이나 식욕도 함께 없어지게 됩니다. 영원히 죽지않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그렇듯이 이후에도 수많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후 걸리버는 일본으로 건너가 유일한 교역국인 네델란드행 배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왔으며, 무사히 집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불과 잠시 다시 걸리버는 선장이라는 직책으로 항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간에 일사병으로 죽은 선원을 보충하기 위해 뽑은 선원들이 해적들이었고 또다시 걸리버는 이름도 위치도 모르는 땅에 버려지게 됩니다. 이곳에서 그는 거의 사람의 형상을 한 '야후'라는 짐승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배하는 말의 형상을 한 '휴이넘'을 만나게 됩니다. 걸리버는 한동안 이들 '휴이넘'과 생활하게 되었고, 그들의 생활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후'를 경멸하게 되었는데, 이후 '휴이넘'의 나라에서 탈출하여 무사히 영국으로 돌아간 걸리버는 이후에도 '야후'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존재를 경멸하고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의 간단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조나단 스위프트씨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거의 모든 장면을 매우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완전히 빠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독자들은 매우 따분하고 질려 버리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읽은 걸리버 여행기는 인간의 행동과 사회에 대한 실망과 조롱을 가득담고 있었습니다. 이부분은 이야기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나는데,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은이의 생각을 대신해서 말해주는 식 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직접적이고도 강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모험과 행복이 가득한 이야기가 아닌 사회의 위선과 더러움에 대한 이야기 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저자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록 생활환경이 바뀌어 간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내면의 본성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나단 스위프트씨가 세상에 대한 비판과 조롱만을 위해 이책을 지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러한 현실을 풍자를 통해 알려주고 조금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4장 '말들의 나라'에서 말들의 세계가 그러한 모습을 더욱 자세히 보여 줍니다. 이 세계는 우리가 아는 그러한 문명화된 모습이 아닌 자연에 순응하며 모든이들이 서로를 존중해주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사회는 유토피아 처럼 언제까지나 있을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며, 그러한 이익이 주어지면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또다시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생활을 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이 가진 탐욕과 욕심은 절대로 없어질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나단 스위프트씨는 앞서 죽지 않는 인간의 덧없음을 말했으며, 하늘을 나는 섬을 통해 가치없는 과학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 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들은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들을 누군가할 것 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희망이라는, 개선이라는 착각을 믿기에 한번쯤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지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