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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Paul Auster 씨에게 (Hand to mouth[한국어판 '빵굽는타자기']를 읽고)

by segim 2009. 2. 26.
 
안녕하십니까? Paul Auster씨.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작가 지망생 JB Gim 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김석희씨가 번역하고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출간한 당신의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책이 벌써 2000년 8월에 나왔더군요. 2006년 10월에 벌써 19쇄가 나왔으니 인기가 꽤 있었던것 같더군요. 책 디자인이나 제본상태 인쇄등이 모두 훌륭했습니다. 읽기에 너무 좋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점은 작가분께서 한국의 열린책들 출판사에게 판권을 잘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댁에도 한국어 판으로 나온 이책을 한권쯤은 기념으로(읽어 보지는 않아도)가지고 계시겠죠? 그럼 당신도 그렇게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책의 내용은 생각보다는(아니면 보았던 책의 두께 보다는)짧았습니다. 함께 수록된 세편의 희곡과 본인이 고안해 냈던 저 우울한 게임인(게임 자체가 우울하기 보다는 그 게임을 발전시키게 된 계기가) '액션 베이스볼'에 대한 설명이 책의 3/5을 차지 하더군요.

희곡은 사실 저에게는 별로였습니다. Auster씨도 책에서 인정하신 부분이었지만, 그냥 흘러가 버리는 느낌이라서 관객을 휘어잡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액션 베이스볼'은 유감스럽게도 그다지 자세히 보지 않았습니다. 저도 야구를 좋아하지만, 카드게임에다 접목시킨 부분이나, 규칙등이 처음 접하는 사람이 한번에 익힐만한 수준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액션 베이스 볼'이 장난감 회사에서 채택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되고 야구와 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는 팔리지 않았을까 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다면 당신의 인생 어느 부분은 조금더 풍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예측을 해봅니다. 그러면 조금은 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여기서 지금의 저같은 작가 지망생들은 예전의 당신처럼 고민을 한답니다. 자금이 풍족치 않은 상태에서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돈을 벌자니 글쓰는 시간이 줄어들테니깐 말이죠. 글에서도 밝혔듯이 작가들 대부분이 이중생활을 했엇다죠. 생계에 필요한 돈은 본업으로 벌고, 남는 시간을 최대한 쪼개어 글을 쓴다는 식으로 말이죠. 윌리엄 칼러스와 윌리엄 루이 페르디낭 셀린은 의사였고, 윌리엄 스티븐슨은 보험회사에 다녔다죠. 그밖에 T.S.엘리어트, 프랑스 시인인 자크 뒤펭, 미국 시인인 윌리엄 브롱크등도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구요. 그래도 당신이 번역일에다가 간간이 받은 지원금과 잠시잠시 일했던 봉급으로 생활을 했던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돈보다는 글이라니! 당신의 의지는 자유롭고, 확신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래도 솔직하게 책에서 인생의 여러부분이 돈 때문에 힘들었다고 밝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고나 할까요? 물론 저 유명한 '해리포터'를 지었던 조엔 롤링 같은 사람은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이혼의 아픔도 겪었지만, 실업수당을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수 있었지만 말이죠. 

그래도 당신은 학창시절동안 계속해서 글을 썼었고, 그런 부분은 현재 당신의 글에서 많은 자양분이 되었을 테지요. 저는 학창 시절에 그림을 그려 댔으니, 근본도 없이, 무턱대고 징징거리는 아이와 다를 것 없는 상태에서 글쓰기에 대한 동경을 품어 왔다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목이 참 와 닿더군요. 'Hand to Mouth' 라니. 한국어판 제목도 너무 적절했다고 봅니다. '빵굽는 타자기'라. 그옆에는 작은 소제목으로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한국어를 잘 모르실테니) -젊은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라고 적혀 있습니다. 소제목 치고는 놀랍도록 정확하게 책의 내용을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예전의 일정부분부터 그랬을 테지만) 글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프로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으십니다. 이점은 존경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애기하지 못하실것 같습니다. A가 아니라면 B라는 욕심이 아니라 생존과 생활의 굴레에서 자유로워 지셨나요? 톨스토이는 물론 빚 덕분에 걸작을 쓰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직장에서 일을 할 것 입니다. 가슴속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이 뒤섞이고, 몸은 점점 지쳐가고, 상사와 동료간의 관계에서 머리가 아프지만, 일을 할 것입니다. Auster씨가 자식을 보면서 느꼈던, 그리고 가졌던 '책임'이라는 감정의 단어를 짊어진채 일을 할 것 입니다. 우리세대의 많은 저같은 친구들이 있을 겁니다. 많은 저같은 선배들과 후배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현실의 무게에 짖눌리더라도 꿈을 가진채 버텨 주었으면 합니다. 

 
2009년 봄이 오기전 흐린 2월의 어느날
오늘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Auster 씨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일하고 거주중인 JB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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